안녕하십니까? 장승수 변호사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기여분에 대해서 살펴볼까 합니다.
먼저 기여분이란 무엇인지 상속법 교과서에 나와 있는 설명을 그대로 인용해 보면 이렇습니다.
“기여분은 공동상속인 가운데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피상속인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관하여 특별히 기여를 한 자가 있는 경우에 그 자에게 그 기여한 몫만큼 구체적 상속분을 증액시켜 주는 제도다”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무슨 말인지 구체적인 예를 들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예를 들어서 어떤 분이 돌아가시면서 유산으로 9억을 남기고, 상속인으로 자녀 3명이 있다고 가정해 봅니다.
상속인들에게는 고인이 남긴 9억 원을 어떻게 나누어 가질 것인지가 문제되겠죠. 그리고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이것이 바로 상속의 문제입니다. 그렇지만 상속법에서는 이를 상속재산의 분할이라고 합니다.
상속재산의 분할은 상속인들이 협의하여 결정하는 것이 원칙적이고 1차적인 방법입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9억을 어떻게 나누어 가질 것인지는 원칙적으로 상속인들이 서로 협의해서 결정하면 됩니다.
그래서 모든 상속인들이 합의하여 장남이 9억을 모두 갖는다고 합의하거나, 장남은 생전에 많이 받았으니, 둘째와 셋째가 4억 5천씩 갖는다고 합의하거나, 아니면 3명이 똑같이 3억씩 나누어 갖는다고 합의하는 것처럼 상속인들 전원이 합의만 하면 어떠한 비율로 어떻게 나눌지는 상속인들이 마음대로 결정하면 됩니다.
그런데 상속인 중 한명이라도 합의하지 못하겠다고 하면 ?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럴 경우에는 가정법원에 상속재산분할심판을 청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법원은 민법의 규정에 따라서 상속인들의 상속분을 계산해서 고인이 남긴 유산을 상속인들에게 분할해 줍니다.
그런데 상속인 중에서 고인을 특별히 부양했다거나, 고인의 재산 형성이나 유지에 특별히 기여한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예를 들어서 수십 년 동안 고인을 모시고 살면서 고인을 봉양했다거나, 아버지의 공장에서 오랜 기간 동안 월급도 안 받고 일하면서 아버지의 재산을 일구는데 기여한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 보는 것입니다. 이러한 기여상속인이 있는 경우에 기여자의 기여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그러니까 기여자 또한 다른 상속인들과 동일하게 상속분을 산정 받는다고 하면 공평하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물론 부모와 자식 사이 또는 부부사이에서 통상적으로 해야 하는 부양이나 기여를 한 것만으로는 이러한 기여자로 인정을 받을 수 없습니다. 통상적인 부양이나 기여를 넘어서 매우 특별한 부양이나 기여를 한 경우에만 기여자로 인정을 받을 수 있습니다.
대법원 판례를 보면 둘째 딸이 결혼 전부터 30년간 모친을 모시고 살았고, 모친이 노환이 들자 치료비를 선납하고 간호까지 직접 한 경우에 기여자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와는 달리 남편이 교통사고로 치료를 받을 때 처가 간병을 했다는 정도로는 기여자로 인정을 받을 수 없습니다. 어쨌든 이와 같이 특별한 부양이나 특별한 기여를 한 기여자가 있을 경우에는 다른 상속인들과는 다르게 그 사람에게만 기여분이라는 것을 인정해서 다른 상속인들과 똑같이 산정한 상속분에 기여분을 더하여 구체적 상속분을 인정해 주는 것이 기여분제도입니다.
그래서 앞에서 든 예 즉 유산이 9억이고, 상속인이 자녀 3명일 경우에 상속인 중 한 사람에게 기여분으로 20%가 인정되었다면 기여분은 1억 8,000만 원이 되고, 유산 9억에서 1억 8,000만 원을 뺀 7억 2,000만 원을 가지고 자녀 3명의 상속분을 산정한 뒤 기여자의 경우에는 그 상속분에 기여분 1억 8,000을 더한 금액을 구체적 상속분으로 인정해 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만약에 3명의 상속인이 고인의 생전에 고인으로부터 어떤 재산도 받은 적이 없고, 고인이 유언을 남기지도 않았다면 자녀 3명의 법정상속분율은 3분의 1이므로, 기여분을 뺀 상속재산 7억 2,000만 원의 3분의 1인 2억 4,000만 원씩이 자녀 3명의 법정상속분입니다. 여기에 기여자는 기여분 1억 8,000만 원을 더한 4억 2,000만 원(2억 4,000만 원 + 1억 8,000만 원)이 기여상속인의 구체적 상속분이 됩니다.
이처럼 우리 민법의 기여분 제도는 상속재산을 분할할 때 기여자의 몫을 추가로 챙겨주는 제도이기 때문에 상속인들의 합의나 가정법원의 심판으로 상속재산분할이 이미 끝났으면 그 뒤에 기여분을 인정해 달라고 할 수 없습니다. 반대로 아직 상속재산분할이 안 된 상태에서는 기여분만을 따로 인정해 달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한편 상속 관련 소송 중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유류분이란 고인이 생전에 모은 재산에 대하여 상속인들에게 인정된 최소한의 몫을 말합니다. 가령 자녀들의 유류분은 법정상속분의 2분의 1입니다.
즉 자녀들의 유류분(법정상속분의 2분의 1)은 고인이 생전에 전 재산을 상속인 중 한 사람에게 모두 주었거나, 장학재단에 기부하거나, 아니면 유언으로 전 재산을 처분해 버리더라도 상속인들에게는 반드시 돌아가도록 민법에서 유보해 둔 몫을 말합니다.
그래서 고인이 모든 재산을 자녀 중 1명에게 증여한 경우에 재산을 전혀 받지 못한 자녀들이 모든 재산을 받은 자녀를 상대로 자신의 유류분을 반환해 달라고 청구하는 것이 유류분반환청구소송입니다.
이러한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을 당한 측에서는 방어방법으로 자신의 기여분을 주장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자신이 기여한 것이 있으므로 그 기여분을 빼고 나면 유류분으로 반환할 금액이 남아 있지 않다거나, 훨씬 적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다시 말씀 드리지만 기여분이란 상속재산을 분할할 때 기여자의 몫을 추가로 챙겨주는 제도이므로 상속재산분할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러한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이 있다고 하더라도 기여분은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유류분반환청구 소송과는 별도로 상속재산분할심판청구와 기여분 심판 청구를 해서 그 절차에서 기여분을 인정받아야 합니다.
한편 상속재산분할이란 말 그대로 고인이 남긴 재산을 분할하는 것이므로 분할할 상속재산이 없을 때 즉 고인이 남긴 재산이 없으면 아무리 특별한 기여를 한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도 기여분을 인정받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앞에서 든 예에서 고인이 9억 원을 남기고 사망하였다고 가정하였지만, 만약에 고인이 아무런 재산도 남기지 않고 사망하였다면 아무리 특별한 기여를 한 상속인이 있다고 하더라도 기여분을 인정받을 수는 없습니다. 기여분을 인정받으려면 상속재산분할을 해야 하는데, 고인이 아무런 재산도 남기지 않았다면 분할할 상속재산이 없으므로 상속재산분할 자체가 안 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아무리 기여한 상속인이 있다고 하더라도 기여분보다는 고인의 유언이 우선합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앞서 든 예에서 고인이 9억 원을 남겼으나, 누구가에게 7억 원을 주라고 유언을 남겼다면 9억 원에서 7억을 뺀 2억 원이 인정받을 수 있는 기여분의 한도입니다.
한편 기여분을 인정받을 수 있는 사람의 자격이나 기여분을 인정받기 위한 요건에 대해서는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이미 많은 글들이 있어서 이 글에서는 구체적으로 기여분이라는 것이 인정되면 어떻게 상속이 이루어지는지, 그리고 기여분을 인정받기 위한 절차는 어떻게 되는지, 기여분의 액수는 어디까지 인정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